굳이 프로젝트 세 번째 대표 탐험가는 이름이 너무나도 직관적인 남자, 이축구님입니다.
자기가 사랑하는 것으로 이름을 바꾸는 일을 상상해보신 적이 있나요? 문신을 새기는 사람은 봤지만 이름을 바꾸는 사람은 적어도 제게는 이축구님이 유일합니다. 어렸을 때부터 축구를 좋아했지만 축구 감독이었던 아버지의 반대로 학업에 열중하는 학생 시절을 보내고, 대학교에 가서야 동아리에서 실컷 축구를 하며 시간을 보냅니다.
하지만 그걸로는 부족했던 걸까요. 30살이 넘은 나이에 도저히 참지 못하겠다며 아르헨티나로 무작정 넘어가 축구선수에 도전한 그는, 1년 후 다시 돌아와 체육 선생님으로 일을 하다가 다시 한번 뛰쳐나와 이번에는 아르헨티나와 축구의 정취를 가득 담은 펍, 엘풋볼(El Fútbol)을 오픈합니다.
이 곳에서 그는 이제는 축구를 넘어, 사람들의 낭만이 진짜로 현실이 되도록 돕는 일을 하고자 합니다. 마치 자신이 낭만만을 좇아 아르헨티나로 떠났던 것처럼요. 이러한 이야기를 담은 영상을 꾸준히 업로드하는 인스타그램 채널은 어느덧 16,000명 이상의 팔로워가 생겼습니다.
그의 이러한 굳이스러운 모습이 저희 굳이 프로젝트와 너무 잘 어울려보였어요. 곧바로 대표 탐험가로 함께 해 줄 것을 제안했고, 혼쾌히 수락해주셨습니다. 그리고 함께 사람들이 각자의 낭만을 찾을 수 있도록 낭만 월드컵이라는 재밌는 행사도 개최해보기로 했어요.
흘러가는 일상에 몸을 맡기다보니 나의 낭만이 뭐였는지 잊어버리진 않았나요? 걱정마세요. 저희가 11월에 당신의 낭만을 다시 찾을 수 있도록 재밌는 걸 준비해뒀으니까요!
‘낭만 월드컵’이 열리는 굳이 프로젝트 10기 참여하기 → 신청 링크
- 축구님, 대표 탐험가 제안에 혼쾌히 수락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언젠가 굳이 프로젝트랑 뭔가를 같이 하게 될 거라고는 이미 생각하고 있었어요. 제가 인스타그램을 개설해서 영상을 업로드하게 된 것도 2월 달에 굳이 프로젝트에 참여했다가 뒤풀이에서 대화 나누다가 시작한 거잖아요. 저한테도 의미있는 곳이죠.
- 굳이 프로젝트 때문이 아니더라도, 축구님은 늘 굳이스러웠던 사람 같아요. 축구님이 생각하는 굳이스러움이란 무엇인가요?
‘나다움’. 남들이 봤을 때나 굳이스러운 거지, 자기 자신한테는 필연적이고 당연한 것을 행하는 것 뿐인 거죠. 저라는 사람이라서 자연스럽게 이름도 이축구로 바꾸고, 아르헨티나로 가고 하는거지, 만약 축구를 사랑하는 다른 누군가였으면 영국으로 떠났을 수도 있죠. 저한테는 이름을 바꾼 것도, 아르헨티나로 갔던 것도 굳이스러운 일이 아니었어요. 남들에게는 그렇게 보였을 수 있지만요.
- 축구님에게 축구 질문을 안 할 수가 없네요. 언제부터 이렇게 축구를 좋아하셨나요?
국민학교 1학년 때부터였어요. 아직도 그 때의 느낌이 생각나요. 축구를 하던 와중에 그냥 정말 갑자기 이것만 하다가 죽어도 좋겠다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런 생각이 든 건 처음이었어요. 정말 순수하게 축구가 좋았던 것 같아요. 그런데 아버지는 제가 축구를 진지하게 하는 걸 극구 반대했어요. 축구 감독을 하셨다보니 그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알아서 그러셨던거죠. 하지만 그로 인해 저는 더 축구에 대한 갈망이 커졌던 것 같아요.
- 갈망이 커지는 건 이해가 되지만, 이렇게 이름까지 바꿀 정도였나요?
군대에 있던 시절에 워낙 시간이 많이 남다보니깐 내가 정말 뭘 좋아하는지 심심풀이 삼아 알아나보자고 생각하고 정말 좋아하는 것들을 64개를 종이에 적었어요. 그리고 나서 매일 두개씩 랜덤하게 종이를 뽑아서 토너먼트를 했죠. 이 때 전제 조건은 ‘여기서 지게 되는 무언가는 내가 이것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걸 알면서도 평생 할 수 없다’는 걸 알면서 고르는 것이었죠. 처음엔 별로 어렵지 않았는데, 16강, 8강, 4강 선택지가 좁혀질 때마다 고르기가 정말 힘들었죠. 지는 하나는 진심으로 평생 못한다고 생각하면서 뽑았으니까요. 그래서 마지막 결승전에서는 한달 동안 고민을 했어요. 그러다가 결국 골랐고, 그게 축구였던거죠. 그래서 제가 얼마나 축구를 사랑하는지 확신할 수 있었어요.
- 그 결과 이름도 이축구가 되고, 아르헨티나로 떠나게 된 거군요. 그런데 지금은 축구와는 또 다른 일을 하고 계시잖아요?
아르헨티나에서 1년 동안 축구 선수에 도전하면서, 이제는 축구 선수에 대한 후회는 남지 않게 된 것 같아요. 정말 해볼 수 있는 만큼은 다 해봤거든요. 하지만 여전히 축구를 사랑하기 때문에 계속해서 축구와 관련된 일을 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제가 축구만큼 사랑하는게 아르헨티나였어요. 메시와 마라도나의 나라여서도 있지만, 아르헨티나 특유의 분위기, 리듬, 냄새 모두 좋아했거든요. 두 가지를 같이 결합해서 해볼 수 있는 걸 고민하다보니 ‘축구’를 스페인어로 한 이름의 엘풋볼(El Fútbol)이라는 아르헨티나 풍 펍을 오픈하게 됐죠.
- 엘풋볼은 어떤 곳인가요? 일반 가게랑은 조금 다른 것 같아요.
‘내 낭만은 축구인데 당신의 낭만은 무엇인가요?’ 제가 엘풋볼을 준비하게 된 한 문장이었습니다. 돌이켜보니 저는 축구라는 낭만을 좇는 일을 정말 오래해왔더라고요. 그리고 이 즐거움을 다른 사람들도 느끼게 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엘풋볼은 더 많은 매출을 내는 것보다 더 많은 손님이 자신의 낭만을 찾는게 더 중요한 곳이에요. 가게 벽에는 손님들이 적고 간 수많은 낭민들이 붙어있습니다.
- 축구님에게는 낭만이란 무엇인가요?
보통 어떤 개념의 의미를 이해하려면 반댓말을 찾으면 명확하더라고요. 저는 낭만의 반댓말이 효율이라고 생각해요. 효율적인 경로를 찾다보면 낭만이 없어요. 그래서 제게 낭만은 ‘비효율’이에요. 사람들이 헤매더라도 핸드폰으로 지도 보면서 가는 걸 안 했으면 좋겠어요. 주변을 보면서 다니기만 해도 일상이 달라지거든요.
- 저도 낭만에 대한 감각을 잔뜩 깨워보고 싶은데요? 추천해주실 만한 활동이 있을까요?
한번쯤은 하루 동안 종이 지도로 생활해봤으면 좋겠어요. 저는 여행 중에 일부러 그렇게 해본 적이 있어요. 차를 운전할 때도 네비 없이도 해봤고요. 주변을 감각하는 예민함이 달라져요.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평소 해가 어느 쪽에서 뜨는지 인지하며 지내지 않을거에요. 그런데 지도를 보려면 동서남북이 중요하다보니깐 해 방향도 살펴보게 돼요. 자연스레 자연을 감각하고 주변을 느낄 수 있게 되죠.
검색 없이 맛집을 찾아 떠나 보는 것도 추천하고 싶어요. 저도 가게를 하다보니 블로그 마케팅업체한테서 연락이 엄청 오는데, 저다운 방식이 아니라고 생각해서 일부러 안해요. 어차피 리뷰도 홍보가 많아서 믿을 만한 것도 못 되잖아요? 그냥 한번 걸어다니다가 마음에 드는 곳을 찾아 들어가봤으면 좋겠어요. 최근에 가락시장에 장 보러 가는데 우연히 작은 닷지형 식당에서 한 할머니가 국수를 팔고 있는 걸 봤어요. 다른 것보다 할머니가 마치 제 외할머니 같아서 반가운 마음에 자리에 앉았죠. 사실 맛은 평범했지만 할머니가 국수를 건네는 속도가 제겐 너무 싱그러웠어요. 저한테는 이런 곳이 맛집이거든요. 아마 리뷰를 보면서 다녔다면 절대 오지 못했을 곳이겠죠.
그리고 제가 외국과 한국의 차이로 가장 크게 느끼는 게 한국에서는 주변 사람들에게 말을 걸지 않는다는 거에요. 해외에서는 식당만 가도 종업원들이 ‘How are you doing?’을 물으며 가볍게 인사를 나누며 주문을 받는데, 우리는 그냥 뭐드시겠어요?가 첫 마디잖아요. 주변 사람들한테 인사하고, 말 걸어보는 거 아무런 효용이 없어보여도 정말 반갑고 정다운 일인데. 아무나한테 말을 걸기 어렵다면 손님으로 간 가게 사장님에게라도 말을 걸어봤으면 좋겠어요. 사장님도 분명 반가울거에요.
마지막으로, 저처럼 자기가 좋아하는 걸 잔뜩 적고 토너먼트를 해보는 걸 추천해요. 종이에 직접 손으로 좋아하는 것들을 적고, 매일 아침 밖을 나설 때 두 개를 뽑아 나가는 거죠. 그리고 하루 동안 고민해보다가 하나를 버리고 들어오는 방식으로 하면 돼요. 어렵지 않은 일이니 다들 꼭 해보셨으면 좋겠어요. (인터뷰어: 혼자 하기 어렵다면 11월 9일 토요일, 굳이 탐험가분들과 낭만 월드컵에서 함께 해봐요!)